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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흐르는 식탁

“한 끼 식사로 이어지는 것들” 셰프 ‘박원상’

서울 망원동의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소셜다이닝 공간 <피델리오>. 계단을 올라 피델리오에 발을 들이면 누군가의 비밀 아지트에 초대받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매일 밤, 이곳을 찾는 게스트들은 즐거운 일탈을 경험하죠.
<피델리오>의 대표이자 셰프인 박원상님을 만나 ‘음식이 지닌 힘’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음식은 나를 행복하게 하고, 타인과 빠르게 가까워지는 가장 원초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막 어두워진 저녁, 서로가 모두 낯선 10명의 게스트가 네모난 식탁을 둘러앉습니다. 음식과 함께 식탁 위에서 버무려지는 새로운 이야기들. 음식을 한입 한입 맛보고 술잔을 부딪힐수록, 처음엔 낯설기만 했던 서로에게 심리적 연대감을 느낍니다. 원상님이 준비한 스토리텔링이 이런 경험을 가능하게 하죠.
“4년간 복합 문화공간을 운영했어요. 마케팅을 주제로 독서 모임을 열기도 했고요.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잘하는 것보다도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자택에서 운영한 ‘자취방 소셜 다이닝’이 피델리오의 시작이 되었다고 들었어요. 원래 음식에 관심이 많았나요?

그럼요, 저는 음식을 엄청 좋아해요. 학생 때부터 집에 친구들을 불러서 밥해주는 걸 제일 좋아했어요. 음식점을 차리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저는 요리를 배운 적도 음식점에서 일해본 적도 없었어요. 그래서 커뮤니티 플랫폼을 통해서 제 자취방에 사람들을 초대해 코스 요리를 대접해봤어요. 일종의 시범 운영을 한 거죠. 처음엔 ‘5만 원이 넘는 돈을 내고 누가 올까?’ 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반응이 엄청 좋았어요. 원룸 자취방에서 코스 요리를 먹을 거라곤 아무도 상상 못 했을 테니까요. (웃음) 그렇게 1년 동안 100명이 넘게 왔다 갔어요. 그 경험을 브랜드로 확장한 게 <피델리오>입니다.
“<피델리오>라는 이름은 영화 <Eyes Wide Shut>에서 가져왔어요. 주인공이 비밀 무도회에 가게 되는데, 거기 들어갈 때 암호가 ‘피델리오’입니다. 커뮤니티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서 조금은 비밀스러운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이미지 출처 : 피델리오 제공)

원상님이 경험한 것처럼, 소통의 매개체는 정말 다양하잖아요. 그중 음식과 함께할 때 특별히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같이 밥 먹는 사람을 ‘식구’라고 하잖아요. 음식은 타인과 빠르게 가까워지는 가장 원초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독서 모임은 모임 특성상 독후감이라는 허들(장벽)이 있어요. 그런데 모임을 운영하며 지켜본 바로는 거기에 오는 분들은 책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은 마음이 굉장히 커요. 그래서 밤 11시까지 독서 모임을 하고 나면,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새벽까지 술자리를 가집니다. 저는 그걸 겪으면서 ‘아무런 부담 없이 그냥 처음부터 밥 먹고 술 먹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 경험이 자연스럽게 소셜다이닝으로 이어진 거네요.

그렇죠. 저희는 다이닝마다 각각의 콘텐츠가 있어요. 그 콘텐츠에 따라서 6가지의 코스 요리를 준비하고, ‘각 음식과 음식에 페어링한 와인은 어떤 스토리를 담고 있는지’ 설명해 드려요. 그래서 스토리텔링에 대한 즐거움도 있죠.
“<일상을 낯설게, 나를 새롭게> 피델리오의 슬로건이에요.” (이미지 출처 : 피델리오 제공)

주로 어떤 분들이 피델리오를 찾나요?

게스트분들이 여기 오는 이유는 대부분 비슷해요. 매일 집-회사-집-회사만 반복되는 삶에 매몰되어 있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이 오세요. 저희는 항상 마지막에 소감을 듣거든요. ‘삶에 지쳐있었는데, 새로운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우러지면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었다.’고. 한 두 분이 아니라 정말 많은 분이 이렇게 이야기해요. 그래서 재방문율도 꽤 높은 편이에요. 오픈한 지 1년이 채 안 됐는데 벌써 10번 오신 분도 있어요. (웃음)

반대로 원상님 본인에게 회복이 필요할 땐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요.

피델리오는 양식을 다루는 곳이지만 사실 저는 한식을 좋아해요. 맵고 짠 음식을 좋아합니다. (웃음)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이런 게 행복이구나.’ 느낀다고 많은 사람이 이야기하잖아요. 저도 그래요. 저는 또 음식에 정말 진심인 편이라 무조건 맛있는 걸 먹어야 하거든요. (웃음) 그래서 메뉴 정하는 게 되게 오래 걸려요. 먹는 것만큼 원초적으로 나를 행복하게 하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저희는 직업과 나이를 비밀로 하고 대화를 나눠요. 어떤 배경도 없는 날것의 나를 만나는 거죠. 낯선 사람들 틈에서 자기다움을 찾는 시간이에요.”

그런데 피델리오는 혼자서 방문하는 곳이잖아요. 음식이 나오기 전에는 아무래도 어색한 기류가 흐를 것 같은데, 그럴 때 어떻게 하나요?

저희 비법이 있죠. (웃음) 소셜 다이닝 컨셉에 맞춰서 질문 카드를 준비해요. 예를 들면 ‘요즘 당신을 즐겁게 하는 것은?’, ‘3개월 동안 이루고 싶은 것은?’같은 질문이에요. 평소에 생각해보지 않았거나 어려운 주제일 수 있지만, 막상 이야기하다 보면 ‘맞아, 나 이런 거 좋아했지.’하게 되거든요. 게스트를 2명씩 짝지어서 질문 카드로 20분간 대화를 나눕니다. 그리고 나와 대화를 나눈 상대를 다른 분들에게 대신 소개해요. 그러기 위해선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할 수밖에 없죠. 저희가 3번째 요리를 준비할 때쯤이면 자연스럽게 다 친해져요. (웃음)
게스트 앞에서 요리하고 설명하는 모습. (이미지 출처 : 피델리오 제공)

다양한 콘텐츠로 소셜 다이닝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혹시 소개하고 싶은 소셜 다이닝이 있다면요?

11월에 삼성화재와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돌아보는 회복 소셜 다이닝’을 준비하고 있어요. 평소에 친구들이나 게스트분들한테 “오늘 점심 뭐 드셨어요?” 하고 물어보면 바로 기억이 안 나서 한참을 생각해요. 저도 그렇고요. 우리는 종종 밥 먹는 일은 그냥 끼니를 때우는 정도에 국한해서 빨리 해결해버리고 다른 흥미로운 걸 찾곤 하잖아요. 그래서 이 소셜 다이닝의 질문 카드는 ‘어제 당신은 어떤 음식을 먹었나요?’로 시작해요. 그리고 이곳에서의 경험이 그 자체로 ‘휴식이자 휴가’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6가지의 요리 모두 나라별 전통 음식과 페어링으로 준비했어요. 헝가리의 전통 스튜, 산티아고 순례길의 종착지인 갈라시아 지방의 문어 요리, 이태리 최대의 휴양지인 시칠리아의 디저트 등을 맛볼 수 있어요.
<몸과 마음 회복 소셜다이닝>은 신청 마감되었습니다.

음식으로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는 정말 방대한 것 같아요. 같은 맥락에서 <그림 식탁>도 궁금해요. 음식을 먹으면서 그림과 향의 세계까지 경험할 수 있다고요.

<그림 식탁>은 모든 감각을 통해서 그림을 느끼는 소셜 다이닝이에요. 서양 미술 편과 조선 미술 편이 있고요. 저희가 총 6가지의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해요. 조향사님이 거기에서 영감을 받아 향을 만들어요. 그다음에 저도 그림에서 영감받아 만든 음식과 페어링을 준비하고요. 음식과 와인을 먹으면서 향기를 맡고 그림을 듣는 거죠. <그림 식탁>에는 가끔 외국인 게스트도 와요. 한국어가 서툴더라도 설명을 정말 열심히 들으면서 참여해요. 그런 모습을 보면 굉장히 감동적이면서, ‘원초적인 감각을 사용하는 일이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피델리오는 제가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일이에요. 음식과 연결된 가치를 계속 알리고 싶어요.”

피델리오는 그의 꿈을 위한 첫 여정이다.

여러 명의 식사를 준비하고 모임을 이끈다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일 텐데요. 매일 음식을 준비하면서 어떤 감정을 느끼나요?

책임감을 많이 느껴요. 아마 소셜다이닝만 하는 레스토랑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그래서 셰프분들도 정말 많이 방문하고, 저희를 레퍼런스 삼아서 소셜다이닝을 시작하는 곳도 계속 생기고 있어요. 최근에는 천주교 수녀원 수녀님한테 연락이 왔어요. 끼니를 챙기기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밥을 해주고 싶은데, 소셜다이닝은 어떻게 하는 건지 궁금하다고요. 그럴 땐 정말 기분 좋은 책임감을 느끼죠. 그래서 소셜 다이닝 콘텐츠 구성부터 메뉴, 요리까지 더 많이 신경을 쓰게 돼요.
“여기서 레몬도 자라요.” 요리에 사용하는 모든 허브는 옥상 텃밭에서 직접 키운다.

이야기 듣다 보니 피델리오가 곧 셰프님 같은데요(웃음), 그래도 질문하자면 셰프님에게 피델리오 그리고 음식은 어떤 존재인가요?

맞아요. 피델리오는 제가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일이에요. 제가 1년 동안 자취방 소셜다이닝으로 100명 넘는 게스트를 만나면서, ‘이거 진짜 재밌다. 이거는 정말 평생 하고 싶다.’ 싶어서 브랜드로 확장한 거거든요. 누군가에게 요리를 해줬을 때 상대방에게 듣는 칭찬, 감사한 마음. 그게 진짜 짜릿하고 잊을 수 없는 자극이에요. 아마 이게 요리하는 사람 대부분이 처음에 요리를 시작한 계기일 거예요. 그런데 파인다이닝에서도 헤드 셰프 한 명만 주목받고 대부분의 요리사들은 게스트와 교류할 시간이 거의 없어요. 저희는 계속 힘을 키워서 언젠가 저희와 같은 꿈을 가진 셰프님들을 모시고 싶어요. 셰프님들이 서로 돌아가면서 호스트를 하고, 자기만의 요리로 게스트와 직접 교류할 수 있게요. 저는 이 소셜 다이닝 시장이 커져서 음식과 연결된 가치가 많이 알려진다면 좋겠어요. 그래서 죽을 때까지 이 일을 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웃음)

<휴가休家> 방문객에게 전해주고 싶은 박원상님의 한 마디는?

피델리오 게스트 중 본인 생일에 오는 분도 꽤 있어요. ‘나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서’ 왔다고 해요. 그런 분을 만나면, 나를 위한 일에 음식만 한 건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느껴요. 바쁜 일상을 살더라도 가끔 이렇게 의식적으로 일상에서 빠져나오면, 그 경험들이 일상을 다시 열심히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고 생각해요.
박원상님은, 소셜다이닝 브랜드 <피델리오>의 대표로, 1,000명 이상의 게스트와 소셜다이닝을 진행했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즐거운 일탈의 경험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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