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休家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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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자연(自然)스러운 트레일 러너

“자연이 알려준 살아있음의 소중함” 트레일 러너 ‘정예지’

거칠고 힘든 산을 거뜬하게 뛰어 올라가는 트레일 러너의 인식 때문일까요. 구릿빛 피부와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진 센 언니 이미지를 생각했는데, 수줍음 가득한 무한긍정 소녀가 <휴가>의 문틈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습니다.
트레일 러너, 정예지님의 이야기입니다.

“트레일 러닝을 하는 장소가 따로 정해져 있냐고요? 그럼요. 뛰는 순간, 자연 속에서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모든 곳이요!”

혹시 ‘트레일 러너’하면 어떤 이미지가 연상되나요? 힘든 내색 하나 없이 산등성이를 쉬지 않고 내달리는 강인한 산악인의 이미지? 아니면 전문적인 러닝 장비들로 중무장한 육상선수 같은 이미지? 정예지님은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운동이 바로 트레일 러닝이라며 이야기의 운을 뗐습니다.
다이어트는 물론, 근력 운동을 따로 하지 않아도 탄탄한 하체 근력까지 ‘득근’할 수 있다며 엄지를 추켜세운 채 미소를 짓는 예지님. 어렸을 때부터 산과 달리기를 좋아했던 소녀는 어느덧 어엿한 10년 차 트레일 러너가 되었습니다.
“저는 산과 자연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트레일 러닝은 자연에서 온몸을 마음껏 쓸 수 있는 운동이기에 다른 운동보다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이미지 출처 : 조덕래 작가 제공)

자연 속을 달리는 10년 차 트레일 러너라니! <휴가> 방문객들을 위해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평범한 직장인이면서 트레일 러너로도 활동하고 있는 정예지라고 합니다. 2013년에 트레일 러닝을 처음 시작해서 어느덧 10년 차가 되었는데요. 아직도 틈만 나면 자연 속에서 한 마리 다람쥐처럼 열심히 뛰고 있답니다.

2013년이면 트레일 러닝이라는 종목이 지금보다 더 생소했을 텐데요. 어떻게 처음 시작하게 되었나요?

2013년에 저는 평범한 문과생이었어요. 어느 날, 10km를 달리는 트레일 러닝 이벤트 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참가 신청을 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등산을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산을 갈 때마다 ‘걷기에는 숨이 덜 차는데 한 번 뛰어볼까?’라는 생각을 늘 했었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달리기’와 ‘산’이 합쳐진 종목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찼어요. 실제로 대회에 참가해 10km를 뛰어봤더니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트레일 러닝을 하기 시작했죠.

지금은 직장을 다니면서 트레일 러닝을 병행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혹시 프로 선수 전향에 대한 생각은 없었나요?

사실 20대 중반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만약 트레일 러닝이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이 된다면, 프로팀이 생기고, 선수도 많이 양성하겠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트레일 러닝 프로팀이 없어요. 외국에서도 1, 2등을 다투는 선수가 아니라면 본업이 따로 있는 경우가 많고요. 아무래도 선수 생활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고, 선수로써 트레일 러닝을 하는 것과 지금처럼 자유롭게 트레일 러닝을 즐기는 느낌은 아주 다를 것이라 생각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원할 때 도전하고 즐기는 스포츠로 남아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져서 프로선수에 대한 마음은 고이 접어두었죠. (웃음)
트레일 러너이자, 평범한 직장인이기도 한 예지님. 그렇기에 일상 속 지친 몸과 마음의 회복이 직장인에게 얼마나 필요한 일인지 누구보다 깊이 공감한다고 말했다.

자연에서 달린다는 측면에서 접근하자면, 산악 마라톤과 비슷한 개념 같은데요. 산악 마라톤과 트레일 러닝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요.

트레일 러닝과 산악 마라톤이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쉽게 설명하자면, 산악 마라톤은 마라톤의 한 종류에요. 마라톤은 42.195km라는 정해진 거리가 있는데, 산에서 그 정도 거리를 달리며 완주를 목표로 하는 게 산악 마라톤이죠. 하지만 트레일 러닝은 산뿐만 아니라 낮은 둘레길, 바닷가 등 아스팔트나 인공 시설물이 아닌 자연으로 된 길을 뛰는 모든 행위를 말해요. 산악 마라톤도 트레일 러닝의 한 분야라 할 수 있죠.

사람들이 트레일 러닝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나 오해가 있다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트레일 러닝이라고 하면 굉장히 극한의 체력을 필요로 하는 익스트림 스포츠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산 정상까지 멈추지 말고 뛰어야 하는 운동이라 생각하는데, 정말 오해에요. 사실 트레일 러닝은 대회가 아니라면, 어느 정도 힘든 수준만 유지하면서 걸어요. 오르막 내리막 적당히 번갈아 뛰거나 걷죠.(웃음) 일반적인 사람들은 매체를 통해 트레일 러너의 힘든 모습들만 접하니까 진입 장벽을 높게 느끼더라고요. 그렇지만 생각보다 힘들지 않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운동이랍니다.
“생각보다 집 주변에 쳐다보지도 않던 동네 공원이 최적의 트레일 러닝 코스일 수도 있어요. 지리산, 한라산 같은 유명한 산도 좋지만, 집 주변을 한번 돌아보면 뜻밖의 보물 장소를 발견할 수 있죠.”

트레일 러닝 코스는 지형도 다양하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아서 평지에서 달리는 것보다 조심해야 할 점이 많을 것 같아요.

맞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고, 달리기도 꾸준히 했기 때문에 큰 대회에 참가해도 몸에 무리가 가지 않았는데요. 만약 운동이나 달리기 경력이 거의 없는 초보자라면, 아프지 않을 것 같은 범위 내에서 조금씩 실력을 키워 나가는 게 중요해요. 내가 해낼 수 있고 지킬 수 있는 기준 안에서 움직이는 거죠. 내 몸에 집중하면서 뛰는 게 포인트에요.

‘내 몸에 집중하면서 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요?

예를 들어 친구와 함께 3km짜리 트레일 러닝을 뛴다고 가정해볼게요. 사실, 친구가 뛰는 속도와 내가 뛰는 속도가 같을 수는 없거든요. 그럴 때는 내 몸 상태에 맞게 속도를 조절하면서 가야 하는데, 같이 뛰는 사람을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에, 무리하게 되면서 무릎이 상하게 되는 거죠. 누군가와 같이 뛰더라도 ‘내가 지금 뛰는 속도가 괜찮은 걸까?’ 혹은 ‘지금 내가 여기서 뛰면 무릎이 아플 것 같은데, 조금만 속도를 늦출까?’ 같은 질문을 나 자신에게 계속 물어보며 나타나는 몸의 반응에 집중을 하는거에요.

“다쳤을 땐, 욕심을 버리는 게 중요해요. 나만 겪는 과정이 아닌, 누구나 겪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초보자라고 무조건 낮은 곳에서만 달려야 할 필요는 없어요. 내가 하고 싶은 코스라면 자신이 해낼 수 있는 속도에 맞춰 시도를 해보는 편이 오히려 트레일 러닝을 꾸준히 즐기는 방법이에요.”

다양한 지형에서 뛰는 운동이다 보니 크고 작은 부상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부상을 조심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면요?

저는 발목을 잘 다치는 편이었어요. 이유가 두 가지였는데요. 풍경을 보느라 노면의 굴곡이나 요철에 집중하지 않았을 때와 몸상태보다 과하게 빨리 가려고 했을 때예요. 두 가지 모두 온전한 내 잘못이기 때문에 덜 다치는 법을 스스로 찾기 시작했어요. 다양한 시도 끝에 제가 찾은 방법은 ‘발을 디뎌야 할 때는 풍경에서 시선을 거두고 발을 쳐다보기’였어요. 저는 나뭇잎이 바람에 살랑이는 장면만 봐도 너무 좋아서 풍경을 보느라 남들보다 유독 많이 다쳤어요. 그러다 보니, 아무리 풍경이 멋있다고 하더라도 발을 내디딜 때는 나의 한 발 한 발에 집중하려고 했죠. 덕분에 지금은 발목도 많이 안 다치고, 자연스레 다른 부상의 위험도 줄어들었어요.

보통 오르막보다 내리막에서 부상이 위험이 더 클 것 같아요.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는 자세가 있나요?

내리막에서 겁을 먹으면 몸이 뒤로 빠질 수밖에 없는데요. 그렇게 되면 뒤꿈치부터 땅에 닿기 때문에 미끄러질 확률도 훨씬 높고, 그 충격이 바로 허리나 목까지 전해지면서 충격을 더 강하게 받아요. 상체를 앞으로 숙여서 몸을 앞으로 내던지듯이 걸어가는 게 오히려 부상에서 멀어질 수 있는 좋은 자세죠. 앞꿈치가 먼저 땅에 닿으면 미끄러졌을 때 앞꿈치가 닿은 후, 뒤꿈치가 닿기 때문에 충격을 한 번 완화해 줄 수 있죠.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저에게는 통했답니다. (웃음)
“오르막을 오를 때는 상체를 앞으로 살짝 숙인 채, 손으로 무릎을 짚은 채 올라가면 좀 더 빠르고 안전하게 올라갈 수 있어요.”

부상을 당한 후, 완벽한 컨디션으로 돌아오기 위해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은 뭔가요?

‘나 충분히 쉰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면 그것보다 조금 더 쉬어주세요. (웃음) 다들 트레일 러닝에 빠지고 나면, 부상을 당해도 다시 뛰고 싶어서 몸을 내버려 두질 못하더라고요. 그렇지만 욕심내면 안 돼요. 괜히 시작했다가 오히려 부상이 더 오래가는 경우가 있어서 충분히 쉬고 휴식해야 하는 게 정답인 듯해요. 물론 힘들고 무기력해지는 건 어쩔 수 없어요. 그렇다고 다시 무리했다간 더 큰 부상을 당할 수 있으니 병원을 열심히 다니면서 시선을 딴 데로 돌리는 게 최선이에요. 그럴 때 마음을 다스리기가 참 어려운데요. 나만 그런 과정을 겪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니 위로가 되더라고요. 다른 트레일 러너들도 오랫동안 트레일 러닝을 해오면서 나름의 부상의 과정을 겪어요. 부상을 한 번도 안 당하면서 이 운동을 재밌게 하는 사람은 없어요. 그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 내가 다친 것도 하나의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몸이 회복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답니다.
복장은 땀이 잘 마를 수 있는 기능성 원단의 반팔과 반바지면 충분하다는 예지님. 트레일 러닝 전용화 대신 일반 운동화만으로도 트레일 러닝을 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한다.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필수로 챙겨야 하는 장비가 있다면요?

일단 구조 요청을 할 수 있는 핸드폰이 제일 중요하고요. 발목을 다쳤을 때를 대비한 압박 붕대나 진통제도 챙기면 좋아요. 복장에서 고르자면 바람막이 자켓이에요. 부상을 당하면 체온 저하가 심하게 올 수 있어서 한여름에도 위험하거든요. 계절에 상관없이 저체온에 대비한 의류나 장비들은 꼭 챙겨야 하는 필수품이에요.

트레일 러닝으로 얻을 수 있는 몸의 긍정적인 변화는 무엇인가요?

트레일 러닝은 산 지형에 따라 오르막, 평지, 내리막을 다 걷고, 달리기 때문에 하나의 특정한 근육만 계속 쓰지 않아요. 여러 가지 근육을 조화롭게 사용할 수 있어서 예쁘고 탄력 있는 몸을 가질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저는 실외 운동을 좋아해서 헬스, 요가, 필라테스 같은 실내 운동 수업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는데요. 따로 근력 운동을 하지 않아도 하체를 포함한 기본적인 코어 근육이 단단하게 잡히더라고요. 다만, 상체 근력을 단련하고 싶다면 따로 관리해주는 편이 좋죠.
“트레일 러닝도 중력을 거스르는 운동이라 체중이 덜 나갈수록 몸이 가볍다는 게 확 느껴져요. 따로 식단 관리를 하지는 않지만, 장거리를 뛰기 전날이면 물을 많이 마시거나 과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초보자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트레일 러닝 코스가 있나요?

제가 추천하고 싶은 곳은 서대문 안산이에요. 초보자에게 뛰기 좋은 코스라고 하면, 아무래도 흙이 얕게 깔린 흙길이나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곳이에요. 우리나라 산들은 대부분 험하기도 하고 급경사도 많아서 온전히 즐거운 느낌으로 뛰기는 어려운데요. 안산은 한 면은 바위고, 한 면은 뛰기 좋은 흙으로 되어 있어 트레일 러닝을 즐겁게 할 수 있는 편이죠. 아직 안 가봤다면 한 번 가보길 추천해요.

직장인 정예지가 아닌 트레일 러너 정예지로서의 목표가 있는지 궁금해요.

두 가지 목표가 있는데요. 하나는 지금의 평범한 직장을 다니면서도 트레일 러닝을 그만두지 않는 거고요. 또 하나는 나만의 트레일 러닝을 위한 여행을 계획해 꾸준히 실행하는 거예요. 앞으로 인생에 또 어떤 풍파가 닥칠지는 모르겠지만, 트레일 러닝을 계속 즐길 수만 있다면 어떤 시련도 다 이겨낼 것 같아요. 그러려면 건강도 잘 챙겨야 하고, 부상을 당하더라도 빨리 회복할 수 있어야 하겠죠? (웃음)
“사람들이 트레일 러닝을 통해 자연 속에서 살아있다는 기쁨을 온몸으로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휴가休家> 방문객에게 전해주고 싶은 정예지님의 한 마디는?

우리는 일상에서 늘 반복된 삶을 살잖아요. 직장에서도 늘 앉아서 일하고, 헬스장에서도 실내운동 기구로 같은 동작을 반복하죠. 우리는 사람이기 이전에 자연 속에서 숨을 쉬며 살아가는 존재잖아요? 트레일 러닝으로 마음껏 자연 속에서 달리며 살아있다는 것을 온전히 느껴봤으면 해요. 그럼 몸도 건강해지고, 인생에 활력도 돌고, 사는 게 좀 더 재밌어지지 않을까요?
정예지님은, 현재 아웃도어 브랜드 마케터이자 트레일 러너로, 2013년부터 꾸준히 트레일 러닝을 해오고 있다. 트레일 러닝 외에도 클라이밍이나 산악스키를 통해 자연과 꾸준하게 교감하고 소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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